지역: 미국 뉴욕
지원자명: 양설이
학교명: J 대학교
현장실습 업체: P**** 의류업체
현장실습 포지션: Business Admin
매주 들어오는 옷들의 샘플을 마네킹에 입히고 사진을 찍는다. 패션북을 만들기 위한 밑작업으로, 샘플 사진을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매니저에게 제출한다. 또한 컴퓨터로 회사 재고관리를 하는데, 2018 패션 북을 참고하여 봄시즌과 가을시즌 옷들의 재고와 사진을 입력하는 일을 한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를 보며 미국 패션회사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그것도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서 다양한 인종들과 피부를 섞으며 일을 한 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또한 그들과 어울리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미국에서 ‘살아본다는 것’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 같다.
실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전혀 하지 못했던 엑셀과 포토샵을 배웠다. 2017년과 2018년의 재고를 입력하고, 다양한 의류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포토샵으로 수정하며 2018 패션북을 만들었다. 또한 그런 일들을 하면서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비록 한 달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중요할 수도 있는 일을 나에게 맡긴 것이기 때문에 일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엑셀로 재고를 입력할 때에는 알파벳과 숫자로 뒤섞인 의류번호를 하나하나 입력하느라 힘들었지만 세 번의 검토 과정을 거치며 완성시켰고 패션북에 들어갈 사진을 수정할 때에는 사진을 다시 찍으면서까지 완벽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자신감’이다. 사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날까지도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몇 년간 배워 온 영어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출근하고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은 수월했고 프로젝트를 완성할 때마다 수퍼바이저의 칭찬을 받아 괜히 자신감이 생겼다. 내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에게 어떤 프로젝트를 맡겨도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 덕분에 겁먹지 않는다.
사실 나의 단점 중 하나가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였는데 이번 기회로 예전보다는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
뭐니뭐니해도 회사에 처음 발을 디딘 첫 날일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해 본 경험이 없고 게다가 한국이 아닌 외국이었기 때문에 사실 뉴욕에 오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너무 무턱대고 신청했던 건 아닌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때문에. 하지만 같이 동행해주신 ICN 직원분이 떠나고 나서, 모든 직원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제일 먼저 서로를 소개 를 했고,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일과는 어떻게 되는 지를 웃는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낯선 장소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듣거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회사의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매 시간마다 나에게 일은 할만한지 물어보고, 내가 스페인어를 전공한 것을 알고 스페인어로 대화를 걸기도 했다.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회사에서의 첫 날은 완벽하리만큼 좋았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서의, 나의 첫 출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첫 날에는 뉴욕에 왔다는 기대감과 설렘에 눈보라가 휘몰아 쳐도 다같이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앞이 안 보일정도였지만 눈이 오는 모습 마저 낭만적으로 보였다.
크리스마스시즌을 맞아 설치 된 록펠러센터있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그 아래에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내가 뉴욕에서 봤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또한 뮤지엄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마와 메트로폴리탄뮤지엄, 휘트니뮤지엄을 다녀왔고 주말에는 주로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브루클린은 맨해튼과 달리 조금 더 사람이 사는 동네같다는 느낌을 주는데 해가 질 무렵 건넜던 브루클린 브릿지는 너무 아름다워서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었다. 회사가 끝나면 주로 6시이기 때문에 주로 타임스퀘어에서 시간을 보낸다. 화려한 전광판때문에 밤이어도 환하고 뉴욕의 모습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인 것같다.
남은 시간동안에는 더라이드 투어를 하고 탑오브더락 전망대에 갈 예정이다. 그것 또한 너무 기대된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 과목을 제일 좋아했었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그런 나에게 제일 기대되는 장소였다. 약 200만점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지난 토요일 11시부터 3시까지, 뮤지엄을 다 둘러 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뮤지엄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 예술가의 생애까지 너무나도 유익한 정보들을 얻게 되었다. 특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떠올라 작품과 접목되어 한층 이해하기도 수월했다.
미술적 지식은 부족했기 때문에 혼자 왔으면 전혀 몰랐을 내용들을 알게 되어 나에게는 무척 값진 시간이었다. 그 중에 이집트관과 관련된 장소에서는, 한 쪽 벽면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그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 곳에서 뉴욕의 뚜렷한 4계절의 변화를 창문을 통해 깊게 느낄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부러웠다.
길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 눈을 마주치면 미소를 짓고 항상 sorry와 thank you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한국이 정이 많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평소 우리는 남에게 그렇게 미소를 보이거나, 길거리에서 부딪혀도 한 번 쳐다보고 가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면에서는 한국인들보다 뉴욕인들이 더 예의있고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뉴요커들이 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같이 온 한국친구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간 날이었다.
레스토랑은 매우 크고 디너타임이라 사람들 또한 무척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테이블에 종업원들 몇몇이 몰려가더니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의 생일이면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도 함께 노래를 불러주거나 박수를 쳐 주는게 당연하듯 여겨지는데 우리 테이블만 같이 노래를 부르며 박수를 쳐줬다. 그 점에서 우리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것은 회사 문화이다. 한국에서 회사에 일 해 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형식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 정시에 출근하고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은 다르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있지만 거의 정시에 출근하지 않고 항상 늦게 도착하면서 여유롭기까지 하다.
상사가 먼저 와 있어도 눈치보지 않는다. 근무시간엔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보고, 복장 또한 자유로워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회사 분위기 또한 자유롭다. 이런 면에서 상당한 문화적 이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금요일은 행복한 날이다.
일주일에도 3번정도씩 ICN에 있는 어학원에 등록하고 싶다. 우리는 늦게 도착해서 한 번밖에 영어 수업을 듣지 못했지만, 그 하루의 시간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우리나라의 학원과는 다르게 원형으로 둘러앉아 원어민 선생님과 프리토킹을 하고, 1:1로 면접을 실전처럼 연습했다. 간간히 선생님의 위트있는 농담까지 더해져 수업에서 웃음이 끊기질 않았다.
그래서 그 시간이 하루 밖에 되지 않았던게 지금까지도 아쉽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더 길었다면 어학원에 등록해 퇴근 후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학원에 다니는 중국인, 일본인들과의 교류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더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던 원어민 선생님과의 영어 수업과, 첫 날 OT때 제공했던 던킨도너츠와 커피(이 날 아침에 정말 배가 고팠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아침식사가 정말 감동이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픽업(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었다) 모두 좋았지만 ‘언제나 가능한 컨텍 시스템’이다. 일단 처음 도착했을 때 호텔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침대도 너무 편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호텔 보일러가 고장 나 온수도 안 나오고 굉장히 추웠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 점을 알렌 매니저님께 말하니 우리들 보다 더 계속해서 호텔에 컴플레인을 걸어주셨다.
또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의 OT때도, 회사에서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얘기를 하고,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꿔줄 수 있다는 말이 낯선 나라에 한 달간 지내야 하는 우리에게 굉장히 의지가 되는 말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지내는 동안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겠다’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 것이 가장 좋았다.
일단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볼 기회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최대의 장점인 것 같다. 여행으로 짧게 오는 것 보다 한 달정도 현지인들과 같이 살아보는 것이 기억에도 더 오래남을 뿐만 아니라 진짜 미국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의 회사까지 다닐 수 있는 기회이다. 나는 현장실습을 통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내 전공과 관련된 회사는 아니였지만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소중한 경험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
지난 기수에 왔던 사람들은 여름에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타며 샌드위치를 먹는 일상을 가졌다고 부러워했는데 겨울의 뉴욕도 또 그 나름대로의 낭만적인 매력이 있다.
물론 무척이나 춥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을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게시판 ‘프로그램 후기’가 새 게시글과 답변으로 마감했습니다.